
영화 위키드는 우리가 너무도 익숙하게 알고 있던 이야기인 ‘오즈의 마법사’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초록 피부의 마녀, 사악한 존재, 모두가 두려워했던 악녀라는 이미지는 이 영화에서 출발점일 뿐이다. 위키드는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단순하게 나누는 대신에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그 이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무엇이 지워졌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특히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서 벗어난 존재가 어떻게 오해받고 배제되며, 결국 ‘악’으로 호명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화려한 뮤지컬 넘버와 판타지 세계관 속에서 전개되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은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이다. 이 글에서는 영화 위키드의 전체 줄거리 흐름을 정리하고 결말이 갖는 의미와 작품이 전달하는 핵심 주제, 그리고 오래 기억에 남는 명대사를 함께 살펴본다.
줄거리 요약
이야기는 오즈의 나라에서 서쪽 마녀가 죽었다는 소식으로 시작된다. 사람들은 기쁨에 차 노래하며 그녀의 죽음을 축하하지만 한편에서는 그녀를 알고 지냈던 존재들이 침묵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글린다이다.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초록 피부를 가진 소녀 엘파바의 과거가 서서히 드러난다.
엘파바는 태어날 때부터 초록색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차별과 거부를 경험하며 성장한다. 가족조차 그녀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 관심은 장애를 가진 여동생 네사로 향한다. 엘파바는 늘 주변의 기대와 시선에서 벗어난 존재였고 스스로를 방어하며 살아가는 법을 먼저 배웠다.
두 자매는 시즈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그곳에서 엘파바는 밝고 사랑받는 존재인 글린다를 만난다. 처음 두 사람의 관계는 어색하고 불편했다. 글린다는 사회적 규범에 능숙했고, 엘파바는 그 규범 밖에 서 있있다. 그러나 함께 지내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점차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진심 어린 우정을 쌓아가게 된다.
엘파바는 강력한 마법적 재능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나고, 그 힘은 곧 오즈의 마법사의 관심을 끌게 된다. 엘파바는 자신의 능력을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으리라 믿고, 마법사를 만나러 에메랄드 시티로 향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오즈가 정의로운 통치자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오즈의 마법사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동물들을 탄압하고, 그 과정에서 엘파바의 마법을 이용하려 한다. 엘파바는 이에 반발하고, 마법사의 계획을 거부한다. 이 선택은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권력에 순응하지 않은 대가는 ‘위험한 존재’, ‘사악한 마녀’라는 낙인이었다.
결말
엘파바는 오즈의 체제에 맞서며 도망자가 되어가고 점점 사람들의 두려움과 증오의 대상이 된다. 그녀가 한 행동의 진짜 의도와는 상관없이 소문과 선전은 그녀를 악녀로 만들어간다. 반면 글린다는 체제 안에 남아 ‘선한 마녀’라는 이미지를 얻는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선택을 했지만, 그 선택이 옳고 그름으로 단순히 나뉘지는 않는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밝혀지는 진실은 충격적이다. 엘파바는 실제로 죽지 않았으며, 모두가 믿어온 서쪽 마녀의 죽음은 하나의 연출이었다. 그녀는 자유를 선택했고, 조용히 오즈를 떠난다. 세상은 여전히 그녀를 사악한 마녀로 기억하지만, 그 이면의 진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글린다는 결국 오즈의 새로운 상징이 된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완전한 행복 대신, 엘파바와의 기억과 선택의 무게가 남아 있다. 영화는 선과 악의 승패를 명확히 보여주기보다는, 진실이 언제나 대중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적인 결말을 택한다.
주제

위키드의 핵심 주제는 ‘악은 만들어진다’는 명제에 가깝다. 엘파바는 태생적으로 사악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의롭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다. 그러나 사회는 그녀의 외모와 태도, 권력에 대한 불복종을 이유로 그녀를 배제한다. 이 과정에서 엘파바는 점점 말할 기회를 잃고, 결국 상징적인 악으로 소비된다.
또한 영화는 선택의 대가를 정면으로 다룬다. 글린다는 체제 안에 남음으로써 많은 것을 얻지만, 동시에 중요한 무언가를 잃는다. 반대로 엘파바는 모든 것을 잃는 대신 스스로를 배반하지 않는 길을 택한다. 위키드는 어느 쪽이 더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 선택들이 얼마나 다른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명대사
- “사람들은 진실보다 이야기를 믿는다.” 엘파바의 운명을 설명하는 문장으로, 이 영화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압축한다.
- “선과 악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불려지는 거야.” 누군가를 어떻게 호명하느냐가 그 사람의 인생을 규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나는 너처럼 살 수 없어.” 엘파바의 선택이 얼마나 외롭고 단단한 결정이었는지를 드러내는 대사이다.